'방자전'(2010), '인간중독'(2014) 등을 선보인 김대우 감독의 신작 '히든페이스'는 일명 '19금' 코드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지만, 에로티시즘보다는 스릴러 장르에 가까운 영화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지휘자 성진(송승헌 분)이 약혼자 수연(조여정)이 돌연 잠적한 후 그의 후배인 첼리스트 미주(박지현)와 밀회를 즐기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수연이 성진과 미주의 모습을 집안 밀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파격적인 설정과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이 더해지며 장르적 재미는 배가된다. 특히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인 미주 역의 박지현은 대선배인 송승헌과 조여정 사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호연을 펼친다. 조여정에게서 "내가 네 나이 때라면 그런 연기를 못했을 것"이라는 칭찬도 들었다.
"미주는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욕망을 충실히 따라가며 연기했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삶을 사는 친구죠. 한편으론 이런 점이 부럽기도 하고 대리만족도 됐습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현은 미주를 어떤 인물로 해석하고 연기에 임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미주가 자기 욕망 때문에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게 되는 전개 자체가 재미있었다"며 "평범한 사람들은 사회 규범으로 인해 할 수 없는 선택을 (자유롭게) 좇는 캐릭터여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박지현은 '히든페이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미주를 연기하는 자기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나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미주는 내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웃었다.
영화 초반부 송승헌과 베드신을 소화해야 하고 바로 건너편에선 조여정이 이를 유리창을 통해 보고 있었던 만큼 만만치 않은 촬영 현장이었지만, 박지현은 오히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노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배우가 재미있는 점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걸 해냈을 때 쾌감을 느끼는 편이라 부담감보단 기대를 많이 하고 작품에 임했습니다."
그가 무사히 작품을 마칠 수 있었던 데에는 김 감독의 역할도 컸다.
배우 지망생 때 김 감독의 전작들을 보며 팬이 됐다는 박지현은 "실제로 만나보니 모든 스태프를 아우를 줄 아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분이었다"고 떠올렸다.
워낙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해 학창 시절부터 '배우 코스'를 밟았을 것 같지만 박지현은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어릴 적 막연히 꿈만 꿨던 배우가 되기 위해 대학을 휴학한 뒤 2017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에 출연하며 꿈을 이뤘다. 이후 악령이 쓰인 장소에 잘못 발을 들인 공포 탐험대원(영화 '곤지암')부터 남편을 쥐고 흔드는 재벌가 며느리(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강력계 형사(드라마 '재벌X형사')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그러나 박지현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대중 앞에서 오디션을 본다는 마음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