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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폭스클럽’... ‘기절쌈바리’하게 웃겼던 3년의 시절인연 [김지혜의 ★튜브]

유튜브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뭘 봐야 할지 모를 때 다들 있죠? ‘김지혜의 별튜브’가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선별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나 만남이 성사되려면 원인과 조건, 그리고 적절한 때가 맞아야 한다는 불교 용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이 말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과거엔 친했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관계를 ‘시절인연’이라 부른다. 비록 지금은 멀어졌어도, 함께 행복한 추억을 나눠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구독자 5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밈고리즘’의 대표 콘텐츠 ‘폭스클럽’ 역시 3년간 함께해온 팬들에게 ‘시절인연’으로 남기로 했다. 지난 19일 올라온 영상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끝으로 연재 중단을 알린 것이다.

‘폭스클럽’은 코미디언 김지유, 허미진, 한지원이 출연하는 페이크 다큐다. 자칭 ‘폭스’라 자부하는 여성들이 마음에 드는 남성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플러팅을 던지는 과정을 담았다. 소재만 봐도 매운맛인데, 실제 영상은 한술 더 뜬다.
사진=유튜브 채널 ‘밈고리즘’ 캡처

이들의 하루는 누군가의 집에 모여 공들여 화장을 하고, “오늘은 어디서 남자를 꼬실지” 작전 회의를 열면서 시작된다. 옷 속에 챙겨 넣는 ‘영혼의 뽕’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게 서울 강남, 홍대, 합정, 문래, 건대입구 등 내로라하는 핫플을 싹쓸이하고 서울이 좀 질린다 싶으면 양양과 가평으로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잘생긴 남성들과 합석이라도 성공하는 날엔 보는 맛이 두 배로 올라간다. 아침에 좀비가 될지언정, 일단 합석만 됐다 하면 끝까지 달리는 언니들이다. 조회수 180만 회를 뚫은 ‘남들 출근할 때 클럽 퇴근’ 편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야무지게 노는지 감조차 안 잡힌다.

‘폭스클럽’ 멤버들과 합석하는 남성들은 사전에 섭외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포섭해 촬영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섭외든 즉석 섭외든 그게 뭐가 중요할까. 본업이 코미디언인 이 언니들은 풀메이크업으로 공들여 치장해 놓고, 막상 헌팅 판에 들어서면 서로 드립 치며 웃기기 바쁜 게 ‘폭스클럽’만의 진짜 묘미다. 그럴 때마다 카메라맨 송치호가 “어우” 하며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백미다.
사진=유튜브 채널 ‘밈고리즘’ 캡처

‘폭스클럽’ 영상의 평균 길이는 20분 안팎. 밥 먹으면서 부담 없이 틀어놓기 딱 좋은 ‘밥친구’일 뿐만 아니라, 언니들이 핫한 맛집과 술집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어 은근히 꿀정보 수집용으로도 제격이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구디별밤’의 경우, 원래는 4050 세대에게 인기 있던 나이트 포차였다. 하지만 “별밤에서 남자랑 나오는 거 보여줄게”라며 호기롭게 나선 ‘폭스클럽’ 23화가 터진 이후, 느닷없이 2030 세대의 헌팅 성지로 떡상하기도 했다.

특히 ‘폭스클럽’의 맏언니이자 남성들이 출몰하는 핫플, 분위기 좋은 카페를 빠삭하게 꿰뚫고 있는 김지유는 이 채널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한때 단순히 ‘임우일 닮은꼴’로만 알려졌던 그는 ‘폭스클럽’을 통해 대중에게 확실한 존재감과 매력을 각인시켰다.

덕분에 구독자 100만 명을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 ‘십이층’ 인기 콘텐츠 ‘영업중’의 고정 패널 자리를 꿰찼고, SBS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지상파 진출까지 성공했다. 물론 ‘미운 우리 새끼’ 방송 이후 때아닌 위생 논란이 터지기도 했지만, 사실 ‘폭스클럽’을 봐온 구독자들에게는 그마저도 익숙한 풍경일 뿐이다.

김지유뿐만 아니라, 유일한 MBTI ‘T(이성형)’ 허미진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분위기 무르익은 헌팅 현장에 그가 찬물을 끼얹는 멘트를 날릴 때면, 극강의 ‘F(감성형)’ 한지원은 서러움이 터져 울먹이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나온 시그니처 대사 “너 T야?”는 전국을 강타한 유행어가 됐다. 심지어 이 밈을 주제로 한 음원까지 발매되었을 정도니 한 번쯤 청취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밈고리즘’ 캡처

이처럼 매회 개성 넘치는 케미와 날것의 웃음을 선물했던 ‘폭스클럽’이 3년 만에 막을 내린다. 지유가 용산 클럽에서 만난 폴란드 남자와 국제결혼을 위해 한국을 떠난다며 ‘폭스클럽’다운 유쾌한 결말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긴 시간 동안 기분 좋은 웃음을 안겨줬던 이들의 이별에 구독자들은 “내 추억의 한 페이지가 사라진다”, “‘개그콘서트’ 폐지됐을 때 기분이다”, “내가 ‘무한도전’을 어떻게 보냈는데”, “그동안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라며 뜨거운 안녕을 건넸다.

‘폭스클럽’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만, 세 사람의 깊은 우정은 여전하기에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 그들이 ‘폭스클럽’ 내내 입에 달고 살았던 시그니처 유행어 ‘기절쌈바리’처럼 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기절하게 만들 또 다른 레전드 콘텐츠로 찾아올 날을 기약해 본다.

사진=유튜브 채널 ‘밈고리즘’ 캡처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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